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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 단골가수 손병휘의 사는 법 기사입력 : 2005.07.01
촛불 집회 현장만 가면 어김없이 만나게 되는 이가 있다. 기타 하나 달랑 메고 힘있는 포크 음악을 선보이는 손병휘(39)가 주인공 이다. 이라크 파병 반대, 미선이 효순이 추모, 대통령 탄핵 등에 그는 항상 나타났다.
올해 김선일씨 1 주기 추모 행사 때는 추모곡 '촛불의 바다'를 들고 등장했다. '촛불의 바다'는 최근 발매된 3집 앨범 제목이 기도 하다. 체첸, 아메리카 인디언, 이라크, 인도, 보스니아 내전, 한국 전쟁 등 시대와 지역을 뛰어넘어 전 쟁과 평화를 노래했다. 그래서 앨범 부제가 '전쟁과 평화'다.
'촛불의 바다'는 달라진 운동문화를 상징하 는 뜻도 담고 있다. 고려대 86학번인 그는 '조국과 청춘'을 거쳐 '노래마을' 등 오랫동안 노래운동판에서 활 동했다. 투석전이 전개되고 최루탄이 난무하던 시절을 겪었던 그다. 그러나 쇠파이프와 화염병 대신 촛불 이 만드는 '조용한 혁명'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격한 구호나 직설적인 화법 대신 박노해, 신동호, 허수경, 타고르 등 여러 시인들의 글에 곡을 붙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방송 출연도 꽤 잦은 편이다. TBS '이정열의 두바퀴로 가는 자동차'의 '포크이야기'를 비롯 BBS '이정열의 108가요'의 '손병휘의 어떤가 요', RTV 시민방송 '노래가 있는 풍경', 라디오21 ' 여의도 한마당', 마산 MBC '김혜란의 가요응접실'의 '손 병휘의 통기타세상', 라디오 방송 '라이브 이즈 닷컴' 등을 진행했다.
절망과 고통이 뒤섞인 세상이지만 그는 총칼대신 꽃 한 송이를 건네고자 하는 듯 보인다. 대표곡인 '촛불의 바다'에서 '여린 반딧불'을 유난히 강조하는 데서 속내가 드러난다.
한국 대중가요 역사상 최초의 앨범
그에 관한 자료를 읽으면서 가 장 먼저 눈에 들어왔던 문구는 '한국 대중가요 역사상 최초의 앨범'이란 문장이었다. '전쟁과 평화'를 주제 로 한 최초란 뜻이었는데 그만큼 한국 대중가요가 협소하다는 뜻일게다. 그는 "그동안 한국 대중음악이 그 런 문제를 다룰 여유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두둔하는 듯한 논지를 펼쳤다. 왜색 시비, 대마초 탄압 등 개인적인 문제로 싸우는데 많은 힘을 썼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그도 '최초 앨범'이란 수식어가 자랑스럽 다기보다는 아쉽다는 눈치다. 일본이 2차대전 에서 패망한 뒤 한국에 노벨문학상을 뺏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는 이야기를 갑자기 꺼냈다. "남북한간에 전쟁만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런 우려가 실현됐을지도 모르죠. 이 후 반공이데올로기 때문에 문학이 질식한 것을 보면 말이죠."
그는 '전쟁과 평화'라는 주제를 녹여내기 위해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 방식을 택했다 (손병휘의 표현을 빌면 비틀즈의 최고의 명반으로 평가받는 '서 전트 페퍼스 론리하츠 클럽밴드'(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가 이야기 앨범의 효시다.)
첫 곡은 개인적인 이야기로 시작된다. 학창시절 고뇌와 연애담을 담았으며, 제목은 볼리비아 민족해방군 전사 '네스또 파즈'의 애인이자 동지인 여성이 손수건에 수놓은 글에서 따왔다.
'수우족의 기도'에서 아메리카 인디언이 지킨 자연과 공존, 평화를 노래한 그는 '남강'부터 본격적으로 전쟁을 이야기한다. 한국 전쟁을 다룬 '남강'과 '아버지'를 건너 '나비' '여자 아이들은 지나가는 사람에게 집을 묻는다'에선 유럽으로 건너갔다.
'피묻은 민들레꽃' '샤이를 마시며' '시르 야 디즐라'는 이라크 연작이다. '촛불의 바다'에서 연대를 통한 희망을 노래한 뒤 인도의 시성이 지은 '타고르의 기도'를 통해 곡을 마무리한다.
그가 타이틀 곡으로 내세운 곡은 '샤이를 마시며'다. 2003년 전쟁이 일어난 이라크로 달려간 박노해 시인이 현지 체류 하면서 지은 시중 하나다. '샤이'는 이라크인이 마시는 차로, 시인이 바그다드의 한 찻집에서 찻집 주인과 나눈 교감이 담겼다.
앨범을 만들면서 그는 시인들과 꾸준히 이야기를 나눴다. 박노해 시인은 "우리 음 악은 슬픔속에서 힘이 되는 방식이 좋다"고 했고, 신동호 시인은 "국제적이지만 세밀하게 가야 한다"고 충고했다. 허수경 시인의 작품은 신시인이 추천했다.
내용도 좋지만 듣기도 좋아야...
주제나 내용 은 좋지만 음악형식이 부족한 앨범만큼 불편한 것도 없다. 눈으로야 의미를 읽을 수 있지만 귀는 영 괴롭기 때문이다. "시에 곡을 입힌게 산뜻해서 좋다"고 말을 건네자 "구리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답변했다. '구리다'는 '칙칙하다' '구식이다' '촌스럽다'는 뜻을 포함하는 말이라고 부연했다.
'모든 것, 그리 고'는 확실히 산뜻하다. 어느 커피숍이나 찻집에서 나와도 어울릴 듯한 밝은 톤이다. '남강'은 정태춘풍의 웅 얼거리는 느낌이 묻어나는 곡이고, '나비'는 일렉트릭 기타와 드럼 소리가 경쾌하며, '샤이를 마시며'는 아코디언 소리가 고전적인 느낌을 준다.
오카리나 소리가 편안한 '시르 야 디즐라', 플룻으로 시작하는 '타고 르의 기도' 등 다양한 악기를 사용한 것도 눈에 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중저음곡들이 강해 단조롭게 느껴 지는 측면도 있다.
그는 "신디사이저를 최대한 자제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전체 12곡중 신디사이저 가 사용된 곡은 네 곡이며 비중도 크지 않다. 대신 하모니카, 바이올린, 첼로, 포크 기타, 오카리나, 하모니 카, 아이리쉬 휘슬, 크리스탈 플룻 등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음반을 듣기 전 그가 밝힌 비밀이 하나 있다. 1번과 11번 곡 전주가 비슷하며 그 멜로디는 9번곡 후주에 반영된 뒤 다시 11번 후주에 반영됐다는 내 용이다. '이 여린 반딧불, 이 여린 반딧불'이란 11번 마지막 말에 모두 음이 집중됐다는 설명이다. 즉 '여린 반딧불'이 앨범을 관통하는 키 포인트란 뜻이다.
음반이 시장에 나오기 전 이미 제동이 걸린 곡도 두 곡 이다. '여자아이들은 지나가는 사람에게 집을 묻는다'는 '청소년 정서에 안좋다'는 이유로 6개 방송사에서 방송 불가 판정을 받았다. 허수경 시인이 내전이 끝난 보스니아에서 생존을 위해 몸을 파는 소녀 이야기를 스산하게 쓴 시에 붙인 곡이다. '남강'은 인민군의 시각에서 쓰여졌다는 이유로 3개 방송사에서 금지곡 이 됐다. 남과 북의 군인들을 진료한 경험이 있는 류춘도 시인의 시로, 인민군이 자신만이라도 살라며 떠미 는 내용이다.
손병휘는 마당발이다지난해 12월 5일 YWCA 마루홀(옛 청개구리홀)에서 열린 포크가수 손현숙 콘서트에서 돌발상황이 벌어진 적이 있다. 손현숙이 감기에 심하게 걸려 연신 기침을 해대며 노래를 잇지 못한 것이다. 그 때 갑자기 대타가수가 나타나 쉴 틈을 만든 적이 있다. 바로 손병휘다. 그 때부터 그가 마당발이리라고 짐작했다.이번 음반에 세 명의 홍보대사가 자원한 것에서 다시 한 번 확 인했다.
'국민사회자'란 별칭을 갖고 있는 최광기를 비롯 배우 권해효, 개그맨 노정렬이 홍보대사를 맡았다. 그는 "프로필 하나 더 생기니까 자신들이 영광일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가수 안치환은 '촛불 의 바다'에서 합창을 맡았다. 지역에서도 돕는 이들이 있다. 전주에선 시인 안도현, 광주에선 '바위섬' 가수 김원중이 발벗고 나섰다. 욕심많은 마당발이니 당연히 스케줄도 빡빡하다.
7월 11, 12일엔 EBS TV 'EBS 스페이스 공共감感'에 출연한다. '스페이스...'는 재즈와 언더그라운드계 실력파 가수들만 출연한 다고 알려진 곳이다. 1, 2, 3집 앨범에서 곡을 뽑을 예정이며 '프리다'가 게스트로 출연한다. '불나 비' '서울에서 평양까지' 등 8, 90년대 대학가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곡들도 불려질 예정이다.
지난 8 일 포크 가수 김현성, 타악 그룹 '야단법석', 노래패 '우리나라', 록밴드 '프리다'와 함께 타락 콘서트를 펼쳤고, 8, 10월엔 삶뜻소리와 함께 하는 공연이 예정돼 있다. 9월 8-10일엔 친구들이 만든 콘서트 무대 에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10월 9일 광명음악축제엔 안치환, 꽃다지와 함께 민중가요 30년을 정리한 다. "TV에서 들려지는 노래만 '7080'이 아니란 걸 보여주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자료를 보낼 때 그는 싱어송매니저(Singer&Song maniger)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가수이면서 매니저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다는 뜻이다. 듣도보도 못한 신조어를 만든 감성이 재밌다고 느꼈었다.
"부담스런 '전쟁과 평화'를 만들지 않았다"는 그의 말이 자연스럽게 느껴진 대목이었다.[
TV리포트 김대홍 기자] paranthink@yahoo.co.kr
인쇄하기 ( 작성일 : 2005년 07월 03일 (23:43), 조회수 : 4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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