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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복덩이
제   목     운동하기 싫으면 자퇴하라고?


벌써 20년 전 일이다.
나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중학교 3학년 1학기가 끝날 때까지 일명 운동부였다.
그 6년간 수업에 참여한 기억은 몇 번 없다. 간혹 오전 수업을 하는 날이 있긴 했지만, 합숙이다 시합 준비다 해서 하루 종일 체육관에서만 사는 날이 더 많았다.
기합도 받고, 매도 많이 맞았다.
지금도 나의 언니는 내 어린 시절을 '시퍼렇게 멍이 든 동생의 엉덩이'로 기억한다.
사실 실력도 그리 좋지 못했다. 장래를 생각한다면 운동보다는 다른 길을 찾는 것이 더 나을 만큼. 학교에 운동을 그만두겠다는 의사도 여러번 피력했지만, 학교에서는 선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함께 운동하던)우리를 놔주지(?) 않았다.


중학교 3학년 초쯤이었다. 운동이 힘들기도 하고 매맞는 것도 지긋지긋해 나를 포함해 동기 3명이 쿠데타를 일으켰다.
운동을 그만두겠다 선언하고 체육관에 가지 않은 것이다.
그런 우리를 운동부 담당 교사가 학교 양호실로 불렀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 운동 그만두면 학교도 못다닐거야. 운동 계속할래? 아니면 자퇴할래?"
기가 막힐 노릇이다. 우리는 이구동성 "자퇴하겠다"라고 말했다.
그 날 오후, 체육관에 끌려간 우리는 밤이 어둡도록 코치에게 두드려 맞았다. 하도 맞아서 집에 어떻게 들어갔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차마 퇴학은 못시키겠는지, 우리들의 오랜 투쟁으로 3학년 2학기부터 운동선수 딱지를 뗄 수 있었다.
당시 운동부 담당 교사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난다.
"6년 동안 수업도 제대로 안듣고 공부도 전혀 하지 않았는데 너희들이 연합고사 봐서 고등학교는 갈 수 있을 것 같냐? 운동 그만둔 걸 분명 후회하게 될거다."
비웃음처럼 들렸다. 운동을 그만두면 우리의 인생은 어둠의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위협으로 들렸다.
그런 위협에도 더 이상 다른 학생들처럼 살지 못하는 우리의 처지가 싫어 과감히 운동을 그만두고 공부를 택했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었다.
중학교 1학년들이 배우는 "하이, 철수" "하이, 영희" "굿 에프터누운" 같은 영어 단어를 3학년 2학기에서야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으니 어련했을까.
그래도 운동부 담당 교사의 비웃음이 자꾸 생각나 한 학기동안 이를 악물고 공부를 했다. 3당 4락 수준으로.
이후 연합고사를 봤고, 나는 우수한 성적으로 고등학교에 합격했다.
주변에서는 모두 혀를 내둘렀다. 독한 것! 이라고 말이다.


20년이 지난 지금, 운동할 때의 힘든 기억은 점차 희미해지고 있지만 어린 나이에 받은 마음의 상처는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다.
그래도 세상은 독하게 살아야 한다는 위대한 교훈(?)을 얻었으니, 그것으로 마음을 위로해볼까 한다.
갑자기 서글퍼진다.


최근 일제고사를 거부하고 원하는 학생에 한해 체험학습을 허락한 선생님들이 파면을 당했다.
출근 투쟁을 하고 있는 선생님들과 아이들의 눈물이 마르지 않는 요즘이다.
마스크를 쓴 채 교문을 봉쇄하는 교감, 교실문을 자물쇠로 잠그고 아이들 출입을 통제하는 교사들.
20년 전 자퇴 운운하며 나를 협박했던 교사와 다르지 않다.
이들에게 우리 아이들이 배울 것은 없다.


하지만 좌절은 말자.
더이상 아이들이 창살 없는 감옥에서 지옥같은 삶을 살지 않도록 애쓰는 수많은 교사들이 우리 곁에 있다.
이 추운 겨울 아이들 곁으로 돌아가기 위해 투쟁하고 있는 7분의 선생님에게 연대의 마음을 보낸다.


건강 잃지 마시고, 부디 아이들 곁에서 오래오래 '희망'을 이야기하는 선생님이 되시길...



인쇄하기  (작성일 : 2008년 12월 18일 (23:54),   조회수 : 4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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