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휘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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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손병휘(병휘)   [bhs05@hanmail.net]
제   목     이제 남쪽으로...
File#1     신한촌 기념비.JPG (size : 102.4 Kb)     Download : 2589
File#2     전망.JPG (size : 28.4 Kb)     Download : 2502
File#3     블라디보스톡 요새에서.JPG (size : 70 Kb)     Download : 2571
File#4     러시아인형.JPG (size : 116.5 Kb)     Download : 2500
File#5     가이드 콜(폴)리나와 함께.JPG (size : 71.8 Kb)     Download : 2396














4(금)

안개 낀 아침을 맞습니다. 커튼을 열고 베란다로 나가려니 문이 두개 입니다.
역쉬 추운 나라라서... 식당은 꽤나 넓습니다. 사람들의 몸집을 닮았는지 건물들이
크기도 크고 실내도 시원스레 넓은 느낌입니다. 취향에 맞지 앟는 ‘빵’과 ‘에그 스크램블’을
생존차원으로 우겨넣고 모여서 버스를 탑니다.
어제부터 우리를 태우고 다니는 버스는 한국에서 온 중고차로 내부를 보니 아마도
평택에서 시외버스로 쓰였던 것 같았습니다. 블라디보스톡에 다니는 시내버스는 거의
한국차이고 승용차는 일제가 많았습니다. 버스는 대개가 낡은 것이 아마도 한국에서
폐기처분되기 직전에 들여온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보니 우리도 70년대초에 일본과 미국, 독일에서 폐차직전의 차를 들여다
고속버스회사를 만들었지요. 중앙고속에서는 뒷바퀴가 두 쌍씩 있었던 높다란 미국의
그레이하운드버스를 수입했고, 일본의 미쓰비씨, 독일의 베츠버스도 있었습니다.
어린 마음에도 벤츠버스가 크고 편했던 기억이 나고, 그레이하운드버스는 타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지요.

아무튼 우리가 탄 그 오래된 버스는 오르막길을 오를 때 매연냄새가 차안까지
들어오는게 참 애쓴다는 생각입니다. 버스는 우리처럼 일정한 색깔과 규격이 있는게
아니고 그대로 들여와 번호만 달아놓아서 그 버스가 예전에 무엇을 하고 있었나 알 수
있었습니다. 관광버스, 공용차, 시내버스, 통근차...,심지어는 허걱! 전경버스, 일명
‘닭장차’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보니 진짜 한국산을 강조하기 위해 일부러 한글표시를
지우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여하간 이 전직 평택시외버스를 타고
관광에 나섭니다.

첫 번째로 간 곳은 ‘신한촌’(신앙촌이 아닙니다), 이곳은 조선시대 극동으로 진출한
선조들이 최초로 집단 거주지를 형성했던 곳으로 고종때인 1860년초 러시아에 진출한
한인들은 이곳을 중심으로 6개 거리에 누눠 살며 한인촌을 건설, 대률 진출의 발판으로
삼았다고 합니다. 나라를 잃은 뒤에는 독립운동의 러시아 근거지가 되기도 하며,
예를 들면 “연해주에서 독립운동을 했다” 는 것은 바로 이지역을 근거로 삼았다는
얘기라고 합니다. 그러나 소비에트연방 형성후 발표한 ‘1국 1당주의’와 1937년 민족주의를
우려한 스탈린의 강제 이주책으로 한인들은 예외없이 중앙아시아로 떠나야했습니다.
지금은 한인촌 흔적은 없고 아파트숲이 주위를 에워싸고 있으며 그나마 최근 한국 학자들을
주축으로 기념비가 세워져, 이곳이 한인들의 최초정착지임을 알리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간 곳은 ‘독수리 언덕’으로 러시아 극동함대, 즉, 구 소련 태평양함대의 모항인
블라디보스톡(동쪽을 정복한다는 뜻)항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시내야경을 볼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라 합니다. 아직 안개가 걷히지 않아 시내가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안개자체로 장관이었습니다. 삼삼오오 사진을 찍고 우리는 지상요새로 향합니다.

작은 요새에서 확장어 세계제일의 방어력을 가졌다는 이 요새는 작은 요새를 중심으로
주변의 조직망을 탄탄히 해서 크게 확장했다고 합니다. 1
914년 완성된 후에도 강력한 방어막 역할을 하면서 냉전시대 미군함대의 선제공격을
미리 막았으며 도심지역과 연결되는 지하도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합니다.
또한 언덕에 위치해 있어 블라디보스톡의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근데 이 요새에서 110년이 넘게 적군들에게 포탄 한 발 쏜 적이 없다는 군요. 허걱!
예전 화승총부터 현대에 이르는 총과 활, 대포 등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평일 오전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어 알아보니 오늘은 ‘일치와 단결’ 이라는
러시아의 공휴일이라는 겁니다. ‘일치와 단결’.. 뭔가 비장한 느낌을 주는 사회주의 사회다운
공휴일 명칭이라 생각합니다. 그 ‘일치와 단결’ 공휴일에 이제는 용도폐기된 대포를 보며
멀리, 군부대에서 열리는 기념식의 군악대 연주가 듣습니다.

왕게와 곰새우가 유명하다는 유원지가 있는 해변을 둘러보다가 항구로 나옵니다.
11시에 도착햇는데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터미널 안의 쇼핑몰을 돌아다녀봅니다.
가전제품코너가 많았는데 일제와 한국 제품이 많은 것이 러시아는 역시 아직은 소비재는
좀 약하다는 느낌입니다. 자본주의에 맞서 농업국가에서 전력을 다해 사회주의를 지키느라
군사력, 중공업위주의 산업은 발달했지만 상대적으로 소비재, 경공업은 낙후되었다고
하니까요. 사절단들 모두 이리 저리 항구주변과 기차역(항구 옆에 있는)을 오가며
출국차례를 기다립니다. 큰 호떡만한 튀긴 고기만두도 맛있었습니다.

그릇을 겸한 러시아 전통 나무인형과 배지가 많이 달려잇는 군모가 인기가 있어 여러 사람들이
샀습니다. 러시아에 와서 삼성전자제품을 살 이유는 없으니까요

어제부터 수고해준 러시아 가이드 콜리나에게 씨디를 선물로 줍니다. 결혼 하지 않은 러시아
여성답게 날씬하고 예쁜 콜리나는 붙임성도 좋아서 인기가 좋았습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점심도 걸러가며 열심히 일해주는 러시아 직원들 덕분에 오늘은
세시간 만에(?) 출국장을 나옵니다. 선실에 들어오니 마치 집에 들어오는 듯, 반가움마저
느껴지니 이 낡고 화장실도 부실한 배에 벌써 정이 들었나봅니다. 불만스러웠던 식사도
세끼 동안 입에 맞지 않던 음식뒤라 그런지 꿀맛이었습니다. 특히 어제 점심, 저녁을
제대로 못먹었던 일행들은 입이 미어터지게 김치와 밥을 먹습니다. 삶은 감자를 먹으며
순규는 그 버터와 마요네즈로 범벅을 한 으깬감자에 비해 얼마나 맛있나며 즐거워합니다.

리영희 선생의 ‘대화’를 읽다가 저녁공연 작전회의에 참석합니다. 오늘은 작은 음악회를
하기로 하고 가수가 세 번 나오기 때문에 개인전으로 하기로 해고 저는 다른 가수들에게
기회를 주기로 합니다.
언젠가부터 점심과 저녁식사시간에 식탁에는 술이 올라옵니다.
저녁을 먹으며 반주 한 잔을 합니다. 다른 일행들이 저녁의 공연을 대비하느라 안 마셔
오히려 저는 혼자 흥에 겨워 소주를 5잔 마십니다. ㅋ ㅋ...

저녁 작은 음악회에서 나나와 영이는 북한노래 ‘반갑습니다’와 고은이 이정란의 ‘사랑해요’를
불렀습니다. 진오형은‘ 바람과 나’ 그리고 자신의 노래인 , ‘나무’, ‘내 아니야’를,
순규는 ‘라구요’를 부르고 나나 영이가 코러스를 도와서 조국과 청춘시절 자신의 노래였던
‘가자 철마야’로 마무리를 했습니다. 저는 ‘사랑해요’,와 ‘라구요’의 반주를 했습니다.
홍순연선생의 민요순서도 있었고..... 깔끔한 공연이었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문화 사절단 회의 차 식당 갔다가 이명곤 선배에게 잡힙니다. 이 분은
얼마전 까지 부산 민주공원에서 일하다 이번 실무진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알고보니 블라디보스톡에 못 내린 자원봉사단 위로회를 하고 있더군요.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기타를 가져오라 해서 몇 곡 불러주고 술잔을 나누다 보니
다른 가수들도 잡혀와서 함께 놉니다. 술자리에는 운영위원장인 설동일씨가 참석,
연신 보드카를 권합니다. 부산에서 70년대부터 노동, 재야운동을 하시던 분이랍니다.
게다가 오다가다 42호 객실에 모여 있는 언니들(?)에게 잡혀 맥주도 마시고, 6층에 있는
(낮에는 연습실, 저녁엔 공연장, 밤에는 술집인 원래는 다다미실)방에 문화사절단이
오늘은 유독 많이 모여서 마시다보니 저녁에 마신 반주까지 해서 빨리 취해갑니다. 이런 때는 도망이 상책, 자정도 안되어 58호로 돌아와 잡니다.



인쇄하기  (작성일 : 2005년 11월 28일 (12:20),   조회수 : 4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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